인도어 골프 연습장에서 가상 라운딩 하기
이 연습방법은 아주 오래 전에 연습장에서 혼자 해봤던 것인데 요즘 들어 다시 해보고 있다. 제목대로 인도어 연습장에서 실제 플레이했던 코스 중에 기억에 남는 홀들을 가상으로 플레이해보는 것이다.
이 연습 방법을 누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아니고 혼자 스윙 자세 연습만 하는 게 심심해서 고안했던 방법이다. 몇 번 해보다가 한동안 그만두었는데, 우연히 골프 유투브에서 ‘말없는 레슨’ 홍순상 편(https://youtu.be/N3HxBrys67I)을 보고 투어프로들도 저런 연습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도 하고, 또 최근 접했던 “Vision 54”라는 골프 티칭 개념에서 실전 같은 연습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확신을 가지게 된 연습방법이다. 참고로 “Vision 54” 란 애니카 소렌스탐의 코치였던 린 매리엇(Lynn Marriot)과 피아 닐슨(Pia Nilsson)이 주창한 개념이다. 찾아보면 많은 유명 코치들이 이런 연습 방법을 추천하더라. 따라서 이런 연습은 실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간주되며 내가 예전에 했던 방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연습할 가상의 코스 선정하기
연습장 가기 전에 미리 생각해두거나, 아니면 최근 다녀온 코스(필드 또는 스크린) 중 기억에 남는 곳을 정한다. 나는 가상 라운딩 대상으로 주로 이천 블랙스톤 GC 북코스 1번 홀을 선택한다. 이천 블랙스톤 GC는 지인 찬스로 몇번 가본 내 최애 코스로, 여기를 다녀온 사람들이 대부분 느낄테지만 상당히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코스이다.(상당히 어렵다 ㅠㅠ) 십여년 전쯤에는 유러피안 투어 대회코스이기도 하고 지금도 KPGA, KLPGA 대회가 열리는 코스이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북코스 1번홀은 좌 도그렉 490m Par 5로 티샷은 내리막으로 시작해서 세컨샷 이후 오르막, 그린은 3단 그린으로 정교한 롱게임과 숏게임 능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홀이다. 여기서 Par만 해도 감지덕지이다.^^
2. 가상의 코스에 맞춰 샷 플랫 세우기
먼저 연습장 매트 뒤에서 타깃 쪽을 바라보며 1번 홀 코스 레이아웃을 머리속으로 상상해본다.
일단 화이트 티에서 홀까지 전장이 490m로 길기 때문에 티샷은 드라이버로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티샷이 떨어질 지역(Landing zone)은 넓기는 하지만 좌 도그렉 홀이고 페어웨이 좌측에 티샷이 떨어진다면 낮고 좋지 않은 라이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짧게 레이업 후 먼 거리의 써드샷을 남기게 되므로 가급적 티샷을 페이웨이 우측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나는 확률적으로 첫 번째 홀에서는 좌측으로 감기는 샷이 자주 나오므로 티박스 좌측에서 페어웨이 우측을 겨냥해서 티샷을 하기로 결정한다. 이렇게 상상을 통해 티샷에 사용할 클럽, 방향 그리고 혹시 드로우나 페이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구질까지도 선택한 후에 자신의 루틴대로 샷 준비를 하고 어드레스 들어가서 스윙한다. 좀 더 정교하고 재밌게 하고 싶다면 바람, 비, 티옵 시간 등의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상상력을 더해서 연습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3. 실제 샷 결과에 따라 다음 샷 플랜 세우기
실제로 스윙한 드라이버 샷의 결과를 보고 볼의 라이를 상상하여 세컨샷 준비를 한다. 아래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티샷 랜딩 존에서 그린 쪽을 바라본 사진을 가져와 봤다.
실제로 연습장에서 친 드라이버 샷이 불행히도 좌측으로 많이 휘어서 갔다면 세컨샷 위치는 위 이미지의 좌측 숲쪽에 보이는 벙커 뒤편의 낮은 지역에 떨어졌을 것이고 그에 맞춰 샷 플랜을 세운다. 우선 세컨샷 위치에서 좌측 숲을 바로 넘기기 상당히 어렵고 오른쪽으로 길게 가면 우측 벙커나 카트길을 넘어 해저드 지역에 떨어지므로 100여 미터만 레이업 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실제로 저 위치에서 드로우를 시도해보다가 바로 앞 숲은 넘겼지만 조금 더 많이 휘어서 좌측의 발끝 내리막 라이에서 어려운 써드샷해야 했고 그 결과로 망친 경험이 있어서, 웬만하면 그 다음부터는 써드샷을 기약하며 그냥 레이업 하곤 했다. 그래서 가상 연습에서도 좌측 숲 우측 끝을 보고 언덕 너머로 100m만 넘겨서 보낸다 생각하고 7번 아이언 3/4 스윙하는 것으로 샷 플랜을 세운다. 이후는 루틴에 따라 샷을 준비한 후 어드레스하고 스윙한다.
이런 방법으로 코스를 상상하여 후 실제 샷을 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또 다음 상황을 상상하여 샷 플랜을 세우고 실행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상상력을 추가하면 다양한 상황과 라이에서의 샷들을 연습장에서 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발끝 내리막, 왼발 내리막, 깊은 러프에서의 샷, 그린 주위 칩샷 등등 상상해서 연습해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연습방법의 장점은..
- 홀 공략을 위한 샷 플랜을 세우는 훈련
- 긴장 상황에 대한 훈련
- 샷 준비를 위한 루틴 훈련
- (내 생각에 골프라는 운동에서 중요한) 상상력 훈련 등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단점은 이렇게 가상으로 하나의 홀을 연습하면 대략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그 만큼 연습장에서 볼 많이 칠 수는 없다. ^^;
내 생각에는 필드 경험이 아직 많지 않은 골린이들은 이런 연습 보다는 기술 훈련이 더 필요할 것이고, 아마도 보기 플레이어 정도 되는 수준이라면 이런 훈련을 한번쯤은 하는 것이 도움될 것 같다.